[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텍스트&나



*사진출처: 엘르코리아 홈페이지 ww.elle.co.kr





공연명: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일시: 2010년 4월 3일 오후 7시

장소: 혜화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CAST: 블랑쉬/배종옥 스텔라/이지하 스탠리/이석준








1. 연극에 대하여






 고전극을 관람할 때는 꼭 원작이 되는 텍스트를 접하고 가자, 가 작년 이맘때 극단 여행자, 양정웅 연출의 <페르귄트>를 접하고 새롭게 세운 나의 관극 원칙이었다. 무엇보다 거의 1년 만에 이 원칙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나는 여전히 충격과 공포의, 몰이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을 것이고 커튼콜 때 그래, 잘 견뎠다 나 자신을 위한 격려의 박수를 쳤을테니까. 대견하게도 도서관에서 빌려 테네시 윌리엄스의 원작을 읽고 연극을 관람했다. 입센보다야 어렵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더 추상적이었고-일상어로 쓰인 추상이 진짜 추상이란 걸 또 한 번 느꼈다-극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가 잘 잡히지 않았다. 어째서 난 한결같이 고전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일까. 특히 서양 희곡 쪽에서, 내가 그나마 수긍이 갔던 고전은 셰익스피어의 것으로 한정되어있다. 그 외, 체홉, 브레히트, 게오르크 뷔히너 등 현대 연극판이 즐겨 올리는 대가들의 고전 작품들은 심지어 몇 번을 접해도 감동은커녕 물음표만 잔뜩 달고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고전이라고 하나, 아님 내가 이해의 폭이 극히 협소한 것인가, 몇 번을 고민해 보아도 답이 구해지지 않는 걸 보면, 어쩌면 난 아주 본질적인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굳이 극의 모든 걸 속속들이 해석하려 드는 것. 극은 분명 현실의 연장일 수 있으나, 결국 현실 그 자체일 순 없겠기에,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인데 나는 끊임없이 해석하려 든다. <욕망…>을 보면서도 스탠리가 스텔라한테 던지는 고기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폴레옹 법전을 인용하는 시대면 배경은 19세기 말 혹은 20세기 초인것같은데, 그때 분명 미국의 뉴올리언스라는 배경은 남부 특유의 보수적 성향을 반영하려고 한 것일테니까, 아닌가, 스탠리는 폴란드 이민자니까, 노예와 다름없이 소외받는 계급과 허세에 가득 찬 백인 상류 계급의 충돌을 그리고 싶었던 것인가?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결국 극은 막이 내릴 즈음이고,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 잎사귀만 쭉 늘어놓다가 끝이 난다. 역시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걸 다 가졌었던 부유한 상류층 여자가 인생의 한 분기점을 잘못 넘어 결국 완전한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한 줄짜리 통속적 줄거리에 대한 감상은 어떻게 표현해야 또 바람직한 것이 되는가. 정말 솔직한 내 감상은, 블랑쉬가 겪은 그 인생의 굴곡을 겪어보지 못한 어린 나라서 아직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정도 밖에 되질 않는데. 다만 고전이 정말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문학 예술작품’을 뜻하는 것이라면, <욕망…> 역시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추었다. 비록 나라는 관객은 공감시키지 못했지만, 블랑쉬의 이야기, 블랑쉬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보편성을 띠고 있으니까, 블랑쉬를 이해할 만한 경험과 연륜을 가진 관객들에겐 높이 평가될 여지는 충분히 있으니까. 그러나 오직 보편성만이 고전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될진대, 내 입장에선 <욕망…>은 고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요번 연극열전 판 <욕망…>에서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각색, 특히 번역에 대한 부분이다. 고전이면 고전일수록, 거기다 번안극이기까지 하면, 대사가 배우의 입을 거칠 때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연극은 배우가 말하기에도, 관객이 듣기에도 착 달라붙는 일상어로 자연스럽게 번역이 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는 자칫 지루하기 쉬운 극 전반에 웃음 코드를 까는 이중의 효과도 있었다. 예를 들면 , 블랑쉬가 스탠리와 그 친구들의 말투를 듣고 하는 대사가 원작에서는, ‘OO라, 참 재밌네요. 난 참신하고 재밌는 말들은 언제나 기록해두죠.’ 이런 정도로 표현되었는데, 실제로 공연에서 블랑쉬를 맡은 배우 배종옥은 혼자 소녀처럼 깔깔깔 한 번 웃은 뒤 ‘OO래! (가방을 뒤적이며) 적어놔야지!’ 로 표현하여 관객들이 그녀를 따라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다. 대사로 인해 블랑쉬의 소녀다운 감성과 때로 고집 센 말괄량이 같은 성격이 잘 드러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 장 부분, 블랑쉬가 정신병원에서 나온 사람들에 의해 ‘구제’ 받게 되는 부분은 글으로 읽었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무대 위에 올려놓고 보니 심하게 비약하면 블랑쉬가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이르게 되는 그 모든 과정들이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관객의 상상력이 발휘될 여백이 많았다. 연출에 의해서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이라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 배우에 대하여 






 

 평소 배종옥이라는 배우의 스타일리쉬한 연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에 은근히 무대 위의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를 하고 갔었다. 처음에 그녀가 첫 대사를 칠때는, 어딘가 붕 떠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TV라는 매체를 통해서만 만나다가 무대에서 직접 만나게 돼서 그런가, 표정이나 행동이 소위 오버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그러나 흠잡을 때 없이 우아하면서도 신경질적이고 섬세한 블랑쉬 캐릭터 자체와 배종옥이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기에 무난하게 볼 수 있었다. TV에서 보여줄때 적당한 연기의 에너지와 무대에서 보여줄때 적당한 연기의 에너지는 다르겠지만, 현대극의 무대에서 배종옥이라는 배우를 만날땐 약간 어색한 감이 있을 것 같았다.

 스탠리 역을 맡은 이석준 배우는 본래 뮤지컬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했었기에 뮤지컬 마니아를 자처하는 나에게 아주 친근한 배우다. 배우 추상미 씨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개인적으로 내가 무척 좋아하는 한국형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로 작년에 만난 것 보다, 올해 이 무대 위에서의 그가 훨씬 좋아보이고, 연기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사실 작년 그의 노래실력에 왕창 실망을 했었기에 이 기회를 빌어 오히려 정통 연기를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탠리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복합적인 감정에, 복합적인 입장을 블랑쉬와 스텔라 두 자매 사이에서 유지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캐릭터이기에 결코 쉽지는 않은 캐릭터라 생각하는데, 깔끔하게 잘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3. 그 외





 연극열전 시리즈는 배우 조재현 씨가 연극의 대중화와 대학로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이며, <욕망…>은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이 프로젝트의 라인업 작품 중 하나이다. 연극열전은 그동안 기획자의 인맥을 통한 스타 캐스팅과 대중 마케팅으로 많은 관객을 유치하며 상당부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 이제는 서서히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화려한 배우진과 대중극으로 끌어들인 관객들을 어떻게 계속 연극판에 묶어둘 것인가, 혹은 연극열전의 성공을 어떻게 연극판 전체의 성공으로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 다시 말해 연극 열전의 성공 노하우를 어떻게 다른 기획사와 극단에 전수할 것인가 하는 고민들 말이다. 예술은 필연적으로 배고플 수밖에 없고, 배고픈 예술만이 정통 예술이고 순수 예술이라는 ‘말씀’들은 배곯은 예술가들이 다 죽어 엎어지고 보면, 공염불과 다를 것이 없다. 연극계에도 최소한 생존권은 보장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야 기반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 아닌가. 연극열전에 평단 혹은 소위 순수연극계가 쓴 소리를 내뱉으며 굳이 대립각을 세우려 하고, 거기에 연극열전 또한 너는 떠들어라 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면 헛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함께 둥글게 잘 해나가도 파이는 커질까 말까한데, 치사하게 고만고만한 파이 반죽을 어디서 새로 해왔네 하는 싸움은 연극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옆 동네 뮤지컬계는 대중들에게 도입된지 거의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하며 자체적으로 거품 걷어내기 운동이 한창이다. 고인 물이 썩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나, 누가 빨리 정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극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연극계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 공연 본 지가 언젠데 지금.. 이거슨, 본격, 돌려막기,그리고 멀티유스, 또 재활용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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