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08 └길들여지기


1.

종소세 내라고 신고서가 날아들었다.
국가권력을 실감했다능.
아무리 쥐구멍으로 숨고 싶어도
주민등록 열 손가락 찍은 이상
꼬박 감시와 통제의 눈초리 안에 확실히
속해있다는 걸 깨달았음.
나도 몰랐던 작년 내 소득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니 ㄷㄷㄷ
개인적으로 소득세 낼 만큼 많이 벌지도 못했다고
느끼지만 정산해보니 환급을 받는다능.. 그래, 뭐
국민의 의무를 다 하고 나서야 권리가 주어진다는 걸
인지하고는 있지만 판옵티콘 원형감옥이 생각나는 하루였음.


2.

무비데이.
정신적 체증 심리적 공복 상태를 심하게 느끼는 요즘이기에
필 꽂혔을 때 보고싶었던 영화 두 편을 내리 질렀던 하루.

[배틀쉽] VS [코리아]

[배틀쉽]은 기대이상  (20자평) 미국엔 미주리호 한국엔 거북선 우리 배틀쉽은 언제?
[코리아]는 기대이하  (20자평) 배두나 하지원 투 우먼 쇼, 계몽 애니 실사판

120507 식신강림 └길들여지기

식욕폭발
정말 미치겠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
대만의 야시장표 사천원짜리 스테이크 정식이
간절히 먹고 싶은 날이다.
이러다 미쳐서 또 뷔페 침공을 고고씽 감행하는건 아닌지..에햐ㅠㅠㅠㅠㅠ
아무리 먹어도 뇌하수체에서 배고프다고 느끼지 말라고 시위라도 하는 건가?
매번 한 달에 한 주기는 이러는 거 같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0503 치과 └길들여지기


백 만 년 만에 치과 가다.
원래 엄마 손 잡고 가야되는데 하고 칭얼대다가
엄마의 비웃음을 샀다.

스케일링 때문에 간건데
치과 안 간지 너무 오래되서 충치가 대량 발견될까봐
긴장 엄청 하고 갔는데

양치는 열심히 했는지 충치는 없고
대신 오래 스케일링을 안했으니 치석이 좀 많이 꼈다고

윙윙징징 칼날보다 차갑게 그 껍질 벗겨♪

그야말로 치가 떨리는 드릴질을 견디고
수납을 하려는데 지인이 그냥 가란다, 참, 허허.
어째 퇴근 시간 가까이 부르더만, 할인까지는 생각했어도
이런 호의는 전혀 예상 밖의 것이라
조금 당황도 했고, 뭐랄까 음, 민구스러웠달까?

사실 내 입장에서 관계의 역학이란
내가 아무리 내 자신을 던져서 상대방에게 100을 내민다 해도
상대로 부터 채 50 정도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느낄 때가 다반사인데,
이번 경우는 조금 반대의 경우니까.

엄마로 부터 한 다리 건너
그 지인이 스치듯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까마득한 학창시절 이야기인데
나는 공부 잘했던 아이들 공부보단 다른 걸 좋아했던 아이들
모두 차별 않고 잘 대해줘서 호감이었다나.

어렸을 때고,
딱히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랬던게 아니었을텐데
내 모습이 그렇게 비쳤다니 고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이렇게 내 자신도 채 인지 못했던
타인에 눈에 한 순간 깊숙히 캡쳐되었을 나의 시뮬라크르.
내 속의,
내 밖의
수 많은 나.

일단은 잘 살아내고 볼 일이다.






[영화] 120430 은교, 그리고 헌화가 └텍스트&나






1.

외설적이기보다는 예술적이고
영화 같기보다는 시 같고
거북하기보다는 애틋했다

화면속에 담긴 은교처럼
열 여덟 찬란해서 아름답기 그지 없는 모습이
내 지나간 열 여덟 안에도 있었을까
나의 열 여덟을 간직한 사람이
문득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묻고 싶네요,

나도 그렇게 예뻤나요?




2-1.


은교의 까만 공주 거울을 주우러 내려가는
적요의 뒷모습에서
수로부인 설화가 얽힌 고전시가가 생각이 나버렸다
떠꺼머리 고딩 시절 문학 수업 중 희미하게 살폈던 기억이 있는 걸로 보아,
그 때 영 넋 놓고 있진 않았나 보다
다행이야. 나 아직 죽지 않았어, 후후
고딩 때 참고서를 뒤져 본문이랑 이해를 돕는 풀이,
배경설화 까지 조금 옮겨본다
나처럼 그래도 문학 시간에 늘 깨어있었다 자부하는 사람들은
분명 닮은 그림을 찾아 낼 수 있을테다



헌화가 獻花歌


질붉은 바위 끝에
손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받자오리다



(+)

(이해와 감상)

이 노래는 민요 형식을 본받은 4구로 된 서정적 향가로, 소를 몰고 가던 어느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철쭉꽃을 꺾어 바치면서 불렀다는 노래이다.
...(중략)...
천 길 벼랑에 핀 꽃, 그 꽃을 탐하는 여심, 위험을 무릅 쓰고 꽃을 꺾어 오는 용기와 헌신,
꽃을 바치는 겸손하고 정성된 마음은 모두가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아름다운 귀부인과
소를 몰고 가는 노인을 대비시켜 귀함과 속됨, 젊은 여인의 아름다움과 노인의 원숙한 아름다움이
격조 높게 드러나면서 성聖과 속俗, 미美와 추醜를 초월하는 숭고한 정신을 느끼게 하는
이 노래에서 신라인의 소박하면서도 고아한 정신 세계를 엿 볼 수 있다.


(배경설화)

이 노래는 [삼국유사] 권 2 [수로부인]에 이렇게 실려있다.
신라 성덕왕 때에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도중 바닷가에 당도해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옆에는 돌산이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서
그 높이가 천 길이나 되는데 맨 꼭대기에 철쭉꽃이 흠뻑 피었다.
공의 부인 수로가 꽃을 보고서 좌우에 있는 사람들더러 이르기를
"꽃을 꺾어다가 날 줄 사람이 그래 아무도 없느냐?"
여러 사람이 말하기를
"사람이 올라 갈 데가 못 됩니다."
모두들 못 하겠다고 하는데 새끼 밴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늙은이가
옆에 있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어 오고 또 노래를 지어 드렸다.
그 늙은이는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맹용재 외 9명, 『디딤돌문학-고전 문학편』, 디딤돌,  2003.



2-2.


'헌화가'속의 '수로부인'은 '은교' 처럼 젊고 예쁠뿐만 아니라
남의 여자이기 까지 했다. 이미 결혼을 했으니까
그런데 디딤돌 판 문학 자습서에는 위의 굵은 글씨처럼 이해를 하라고 나와있다
솔직히 '숭고한 정신'씩이나.. 이건 좀 오바인 것 같은 느낌이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어휘 꼭 적합한 것 같진않지만, 역차별 같기도 하다
나이 차가 얼마나 많든 적든 
상식선에서 사회적 지위와 위상이 어떻든  
사랑은 그냥 사랑 아닌가
다만 노인의 '원숙한 아름다움' 이라는 대목에서 공감한다
누구나 다 자기 나이 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열렬한 사랑을 한다, 고 생각한다
제자들 보는 앞에서 망설임 없이 가슴팍을 풀어헤치고
은교가 새겨 준 헤나를 자랑하던 적요의 열렬함에 반했다
나도 그런 사랑 받아봤으면.



3.



나의 무열링은 이르케 찌질찌질 하지 않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전', '최종병기 활'에 이어 '은교'까지..
물론 중간에 뮤지컬이고 영화고 또 다른 필모그라피가 더러 많이 있었지만,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파급력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공중파 S사의 드라마 두 편까지 합쳐서
대중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배우 김무열의 이미지는 어딘가 모자라고 찌질하고
꼭 말로가 비참하거나 아무튼 썩 개운하게 좋지는 않은 악역으로 굳는 것 같아
조금 속상하다. 당장 같이 보러 간 친구도 기억에 남아있는 무열링의 캐릭터 이미지가 그러니
안좋게 헤어진 전 남자친구 얼굴이 떠올라서 꼴 보기 싫다는 소리까지 하더란 ㄷㄷㄷㄷ
뮤지컬에서, 무대위에서 본 열무왕자님의 모습이 얼마나 샤프하고 쿨하고 핸섬하고 골져스한지를
백날 설명해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어엉 ㅠㅠㅠㅠㅠㅠ 아마 뮤지컬 팬들 가운데는
나와 같은 심정으로 속상한 분들이 꽤 있을걸로 예상된다. 한 편으로, 이 배우의 진가는
뮤지컬 공연부터 지켜봐온 우리만 알 수 있어! 흥! 득의만만 하면서도
한 편으로, 여기서 이럴 대우를 받을 사람이 아니라구! 싶은
뭐, 그런.
뮤지컬-연극계 혹은 아이돌계 등 다른 계통에서 막 넘어온 배우들은 보통은 
맨날 꽃미남-백마 탄 왕자 아님 맘씨 따뜻한 훈남 역할만 해서 이미지를 굳히더만,
우리 무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자 친구 있으시다고 이제 정말 한 여자에게만
멋있으면 된다는 것인가요!! 보고 계시다면 이젠 제발 멋진 역할도 한번만 해달라규....! 뉴_뉴
김무열 배우님은 실제로는
180이 넘는 훤칠한 키에 초콜릿 복근 늘씬한 다리 등 완벽한 바디 스펙과 그에 따른 수트핏의 환상 아우라
조막만한 머리통에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와 말투 낭랑한 목소리에 그에 어울리는 노래실력
어떤 역을 맡든지 간에 늘 고민하며 노력하는 이 시대 최고의 될 성부른 차세대 남자 배우!
언젠가 한 번 빵 터지는 날이 오고야 말리니!!!







완~전 미소천사! 최근 사진 중 내가 아는 배우 김무열에 가장 근접하게 나온 사진. 고르느라 힘들었다 ㅠㅠ


110519 허무하군 └길들여지기

영혼이 공허하다.
그 굶주림은
실체로 다가오는 지
머리론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어다 입 속으로 넣고,
마치 구순기를 막 지나는 아이 마냥.

난 또 방향을 상실하고
헤매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간담회가 끝나고 받은건 칭찬인데
떠안은건 울렁대는 허탈이라,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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